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기업

산 아래 수직으로 550미터를 뚫은 극한의 기술

민석기 기자
입력 : 
2016-07-03 15:07:21

글자크기 설정

성풍건설 김인필 대표, 30년 현장서 익힌 노하우로 굴착장비 특허개발
사진설명
김인필 대표가 충북 제천 본사에서 수직터널 굴착장비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과 춘천, 양양을 잇는 150㎞ 길이의 동서고속도로 ‘동홍천~양양 구간’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한창 공사 중이다. 수도권과 동해안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이 고속도로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는 험난한 산악지대에 총연장 10.965㎞의 국내 최장대 도로 터널(인제터널)을 뚫을 수 있는 극한의 기술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충북 제천 소재 성풍건설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개발한 ‘수직터널(수직갱) 굴착장비 신기술’이 있다. 인제터널은 국내에서 가장 깊은 최고 550m 땅속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웬만한 굴착기술(장비)로는 이 곳에 수직터널을 뚫을 수 없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수직터널은 광석 및 자재, 광부 등을 운반하는 길이자, 공기와 동력을 공급하거나 배수로 역할을 한다. 터널의 ‘필수품’ 격이다. 성풍건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굴착장비에 대해 김인필 대표는 “수도 없이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30년 가까이 현장에서 몸으로 익힌 노하우와 연구를 바탕으로 마침내 2011년 특허를 낸 기술”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수직터널은 어떻게 뚫을까. 대표적으로 하향식(Top-Down) 방식과 유도공 확갱(Pilot-Enlargement)방식이 있다. 하향식 방식은 선진 도갱 없이 상부에서 하부로 뚫어 버력(광물 성분이 섞이지 않은 잡돌)을 위로 퍼올리는 방법이고, 유도공 확갱방식은 하부에서 먼저 유도공(Ø311㎜)을 굴착한 후 위로 확갱하면서 버력을 유도공으로 내려 보내는 것으로, 하향식보다 효율적이다. 김 대표는 “효율적인 시공을 위해 장기적 안목으로 다양한 굴착 장비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 관련 특허를 17개나 보유하게 됐다”고 했다. 성풍건설이 국내 수직터널 분야에서 설계부터 시공, 유지관리까지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전문기업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국내에서 시공한 수직터널 중 기억에 남을만한 곳을 꼽아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무려 534미터에 달하는 국내 최장 수직터널을 건설한 예천양수발전소”라며 “당시 많은 위험 요소가 있었지만 그동안 축적한 독자적이고 전문적인 기술을 발휘해 성공적으로 완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중앙고속도로의 죽령터널 시공을 통해 쌓은 기술로 시공한 청송 양수발전소의 수직·수압터널 건설공사”라며 “이는 기술 개발을 통한 최초의 기계화 시공현장으로 공기를 단축하고, 장대 수직갱의 시공상 문제점을 해결하는 의미있는 현장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오랜 불황을 겪는 국내 건설시장은 사회기반시설 확충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수직터널 건설 수요가 드물다”면서 “그동안의 시공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제천 = 민석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